김성철 교수, “불교는 첨단 학문”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앞당긴 4차 정보화 사회는 불교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좋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교육을 비롯해서 정치 경제 활동은 물론이고, 국가간 소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에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와 같은 세계는 아니라고 해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실체)이 실재하지 않는 가상세계에서 구현되는 사례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가상세계는 반야심경의 첫 구절에도 나타나듯 불교정신의 핵심 교리를 반영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불교적 관점에 입각한 학문적 프레임 재 구축이 요구된다. 한국 불교학계의 대표학자인 동국대 WISE캠퍼스 김성철 교수로부터 불교의 시점에서 포스트 코로나와 현대 사회에 대한 이해와, 종립대학으로서 동국대 WISE캠퍼스의 학문적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본다.
불교를 품어가는 서양과 서구화 되는 한국
김성철 교수가 관심을 가지는 불교학은 중관학(中觀學)이라는 분야다. 중관이란 중도를 관찰한다는 의미인데, ‘반야경’의 공(空)사상에 근거하여 중도의 실천을 강조하는 대승불교의 사상체계이다. 여기서 중도란 가운데를 의미하지 않고 흑백논리를 비판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실제 세상과 다르게 논다(작동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보여주는 것이 중관학이다. 불교경전에 기술되어 있는 색즉시공을 예들 들면, 존재하고 보이는 것이 공(空)하고 없다고 하는지를 알아듣기 쉽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3대 문명권 중에서 논리학이 발생한 나라는 인도와 그리스뿐이다. “불교는 논리성을 중요시하는 학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교의 논리성이 전통 불교에서는 이어져오지 못했다고 김 교수는 아쉬워했다. 또, “서양 수학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학문인데 최근에 와서 수학의 한계, 즉 합리성의 한계를 발견하기 시작했지만, 불교의 공사상에서는 2천년 전부터 이 문제를 다뤄왔다.”면서 불교가 추구하는 합리성에 대한 비판은 그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불교학은 ‘최첨단 학문’이라고 주장하는 김 교수는 서구에서는 불교 연구자의 50% 정도가 유태인이라고 한다. 서구에서는 불자(Buddhist)라고 할 경우는 “굉장히 교양 있고 엘리트이면서도 지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는 중국의 한문을 통해서 불교 경전이 전파되었기에 논리학이 발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행히 현대 불교학은 인도의 불교 원전을 직접 연구하는 ‘원전’에 의한 연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이것이 ‘동국학풍’이라고 한다.
생활화 되는 서구의 명상 문화
서구의 유명한 리더들도 불교적인 사상을 이용하여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 NBA의 최고의 명감독 중의 한 명인 필 잭슨을 예로 들었다. 그는 마이클 조던이 소속되어 있었던 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의 감독을 하면서 20시즌 동안 11회 우승을 이뤄냈다. 최다 우승, 승률 70.4%라는 기록으로 미국 농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필 감독이 이런 탁월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슈퍼스타들에게 ‘참선’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게 하고 선수들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 시켰기 때문이다. 필 감독의 별명은 “젠 마스터”이다. ‘참선의 대가’란 뜻이다. 마이클 조던은 본인을 다룬 다큐먼터리에서 필 감독의 지도로 시합전에 명상을 하게 되면 상대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리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우리가 보면 전통 종교이지만, 서구에서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종교가 불교”라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불교에 대한 이미지도 서구 사회가 훨씬 높아요” 2020년에 더 시크릿: 데어 투 드림(The Secret: Dare to Dream)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영화는 자식만 셋을 거느린 과부가 등장하는데, 태풍으로 집 지붕이 무너져서 쩔쩔매고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데 “갑자기 미남에 대학교수인 주인공이 나타나서 집을 다 고쳐줍니다. 나중에는 이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제목도 Dare to Dream(감히 꿈꿔본다)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딸이 자신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 남자 주인공에게 “Buddhist(불교도)인가요?”라고 물어봅니다. “너무나 자비롭고 상상도 못하는 도움을 받으니까 그렇게 물어 본 거죠” 이 영화를 통해서 불교에 대해서 서구사회가 가지는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근대화를 통해서 서구를 경험했기 때문에 유교, 불교 등의 전통 종교는 물론이고 제사 지내는 것 조차 무속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비해서 서구 사회는 불교적인 문화를 상당히 받아 들이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는 병원마다 상담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상담사 천 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 조사에서 상담사의 46% 정도가 환자에게 명상(Meditation)을 권장한다고 한다. 또 미국인의 10% 정도가 신체 단련과 함께 명상을 생활화 하고 있다. 4차 산업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도 10여 년 전부터 직원 대상 교육에 명상을 도입하고 있다.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위즈덤 2.0’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기술시대를 현명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 논의한다.
불교적인 가치를 생활, 치유, 비지니스에 적용하는 서구와는 정반대로 불교에 대한 한국인의 지식은 일천하다. 서구를 흉내 내는 데 급급한 한국 사회는 비 서구적인 불교를 고리타분한 종교로 인식하는 풍조를 보이고 있다. 서구 사회가 불교에 점점 더 심취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WISE캠퍼스에서 배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동국대 WISE캠퍼스에서 배우는 장점은 경주라는 공간에서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서울이 정치, 경제의 중심지라면 경주는 불교를 포함해서 한국의 정신문화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천년 전의 유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살아 숨쉬는 역사(불교)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손쉽게 세계문화 유산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경주이다. 경주의 문화재는 스케일 면에서도 고려시대, 조선시대와 차별화된다고 한다. 규모와 내용면에 있어서도 글로벌하다. 김유신, 김춘추는 고대의 강대 국가인 당나라를 물리쳤고, 원효 스님은 ‘판비량론’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당나라 최고의 승려인 현장을 논리적으로 완파했다.
마지막으로 “동국대 WISE캠퍼스의 지리적 위치가 신라의 화랑정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풍수적으로 보면 경주시를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김유신 장군의 묘가 있다. 1934년에 현재의 동국대 부지 내에서 젊은 화랑들이 학문에 뜻을 두고 나라에 충성한다는 내용을 기록한 비석인 임신서기석이 발견됐다. 현재는 보물 1411호로 지정되어 경주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WISE캠퍼스의 축제명이 임석 대동제인데 ‘임석’은 ‘임신서기석’을 줄인 말이다. 학생회관에 같은 모형을 크게 세워놓았다. 이런 곳에 세워진 동국대 WISE캠퍼스는 선조들의 정기를 이어받아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많은 인재들을 배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약력 및 저서 소개
김성철 교수의 법명은 도남(圖南). 1957년생.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불교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1997년). 현재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학부 및 명상심리상담학과 교수. (사)한국불교학회 제23대 회장,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장, 불교문화대학원장, 불교사회문화연구원장, 티벳장경연구소장, 그리고 계간지 ‘불교평론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20여 권의 저·역서와 80여 편의 논문이 있으며, 저서 가운데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 연구’ 등 3권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고, ‘승랑 -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는 한국연구재단 10년 대표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제6회 가산학술상(가산불교문화연구원, 1996), 제19회 불이상(불이회, 2004), 제1회 올해의 논문상(불교평론, 2007), 제6회 청송학술상(청송장학회, 2012), 제10회 반야학술상(반야불교문화연구원, 2020), 제2회 탄허학술상(한국불교학회, 2021)을 수상했다.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홈페이지 카페(www.kimsch.net)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편집 동국대 WISE캠퍼스 전략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