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에 재직하여 영광스럽고, 불교문화 성지인 경주에서 근무하여 참으로 뜻 깊다' - 정년퇴임을 앞두고 (김성철 불교학부 교수)
Q. 오랫동안 몸 담았던 동국대학교를 떠나는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A. 동국대학은 인문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인재를 배출한 대학이다.
2000년 3월 이후 만 23년 동안 경주 동국대 불교학과에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전념하였다. 학문적으로는 인문학의 정점이라는 불교학 연구자로서 조계종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에 재직하였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성지인 경주에서 근무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뜻 깊다.
Q. 재직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A. 23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의 티벳대장경역경원의 전신인 티벳대장경연구소를 설립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티벳불교를 이끄시는 달라이라마 존자께서 한국불교와 티벳불교의 교류를 위해 사용하기 바란다며 경주 동국대에 20만 달러를 기부함으로써 티벳장경연구소가 설립되었다. 100주년기념과 2층에 연구소 공간을 마련한 후 2009년 12월 9일 개원식을 거행하였고, 티벳스님을 연구교수로 임용하고, 티벳어 한글표기안을 제정하고, 한국불교와 티벳불교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티벳불교와 관련된 국내외 학자를 초빙하여 강연회를 여는 등 참으로 많을 일을 하였다.
지금은 우리 동국대의 티벳대장경역경원 외에 나란다불교학술원이 경주에 설립되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티벳불교연구의 중심지로 간주하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이 달라이라마 존자의 기부금이었다.
Q. 재직하시는 동안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셨습니다. 제자들과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A.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3년에 있었던 1박2일 동안의 불교학과 신행여행이었다.
2003년 7월에 제19회 불이상을 수상했는데, 상금 500만원 가운데 300만원을 불교학과 학생들의 신행여행비로 기부하였고 그 해 가을에 학생들과 함께 불국사, 석굴암, 골굴사, 감은사 등을 순례하였다.
그 당시 1박2일동안 학생들과 참으로 즐겁게 지냈는데, 그 당시 함께 했던 학생들 중에서 탁월한 불교학자, 유능한 사진작가 등 우리사회의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Q. 교수님께서 퇴임 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A. 두 가지다.
첫째, 고등학교 때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 조각가를 꿈꾸었던 적이 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개인적으로 계속 테라코타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 동안 만들었던 20여 점의 작품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몇 년 전에 <고승과 수인>이라는 제목의 테라코타 작품 사진집을 발간한 적이 있다. 퇴임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테라코타 작업이다. 2년 정도 작업하여 작품이 쌓이면 개인전을 열고 싶다.
둘째, 내 전공은 불교학 가운데 중관학이라는 분야다.
중관학은 ‘공의 논리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모든 철학적 사유, 종교적 사유의 허구성을 논리적으로 폭로하는 것이 중관학의 방식이다. 앞으로 이런 중관학의 메스로 서양철학 전반을 재단하는 작업을 해 보고 싶다.
Q. 끝으로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서울이 우리나라에서 정치경제의 중심지라면 경주는 정신문화의 중심지다.
또 동국대학은 학문의 여러 분야 가운데 문학, 철학, 불교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인재를 배출한 대학이다. 따라서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인문학이든 우리 캠퍼스의 모든 단과대학에서 ‘인간을 위한 학문’을 지향하면서 학생들을 교육할 경우 더욱 동국대학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