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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직업관 - 전병길 비서실장 겸 교무처장
여러분은 졸업 후에 직업을 갖게 됩니다. 자기 직업을 좋아하기도 하고 마지못해 그 직업에 매달리기도 할 것입니다. 자기 직업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정도가 중요한 논의의 초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직업이라는 것이 개인의 존중감이나 이미지와 관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기의 직업을 숨기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수행하는 직무 때문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여 대학생들이 미래의 자기 직업에 대해 가지는 지각을 하나의 심리학적 개념으로 정리하려는 연구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즉 우리의 직업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하나로 직업 존중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며, 이를 ‘개인이 자신의 현재 직업 혹은 장래 직업의 여러 속성에 대하여 가치를 부여하는 정도’로 개념화하였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대학생들은 직업 존중감을 결정하는 원천을 그 직업이 제공하는 업무 구조(관리직 vs. 영업생산직)나 보수와 같은 직무 속성으로 보았습니다. 대학생들은 미래 직업에 대해 영업직 또는 서비스직보다는 관리직을 절대적으로 선호하였으며, 보수 수준을 직업 존중감의 매우 중요한 척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대학생들은 미래의 자기 직업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데 있어 자기 자신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가족, 친구 그리고 불특정 사회의 견해에 의지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전공과 관련된 특정한 직업에 대해 비록 본인은 가치 있게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여러 조망자(viewer)들, 특히 사회가 바라보는 직업에 대한 편견에 의해 그 직업의 가치가 폄하됨으로써 결국 해당 직업에 대한 존중감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서비스나 영업생산직에 종사하는 것이 덜 가치 있는 것이고 관리직 업무는 지적인 업무이며 사회적으로 자랑할 만한 직업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직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어야 함에도 사회를 포함한 외부의 조망자들이 직업의 가치 판단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전통에서 찾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사상이었던 유교적 가치관에서는 일찍이 직업의 귀천이 분명하였고, 따라서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직업 존중감을 결정하고 직업을 결정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청년실업의 시대, 고학력 실업자 양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은 큰 불안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원인과 책임을 정치, 경제 혹은 교육 분야의 구조적 결함에서만 찾아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을 갈구하는 청년 실업자나 예비 사회인인 대학생들이 틀에 박힌 전통적인 직업관에서 벗어나 건강한 직업관을 형성하고 자기 스스로 미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올바르게 정립하는 노력이 시급해 보입니다.
심리학자인 C. Alderfer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는 인간의 욕구를 계층화하는 과정에서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이나 인정받으려는 욕구(관계 욕구)보다는 개인의 내부에 근거를 둔 자기 존경 및 인정 욕구(성장 욕구)를 고차원적인 욕구 단계로 보았습니다.
우리 동국대 WISE 캠퍼스 학생들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자율적으로 자기 직업의 가치를 결정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을 존경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자기 성장이 가능한 창의적이고 건강한 직업의 세계로 나가 주길 바랍니다.